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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즉 6월은 서산의 마애삼존불을 방문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저수지둑 위로 펄럭이는 메뚜기를 보면 자연에 취기가 돌게 마련이다.


저수지와 용현계곡을 조금만 걸으면 오른쪽에 어죽을 파는 가게가 나오는데, 개울을 건너면 국보 84호로 지정된 서산 마애 삼존불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다. 다리를 건너기 전 왼쪽 능선을 보면 바위 투성이의 불상을 새긴 인바위 담벼락에 기댄 정자가 보인다.


세 개의 불상에는 암석 같은 미소가 가득하다. 마애불의 미소는 너무나 소박하고 밝고 너그럽기 때문에 백제의 미소라고 불린다.

다리를 건너 왼쪽으로 계단을 따라가면 작은 암자 하나가 지나친다. 누군가가 찍은 사진 속 마애삼존불은 미소를 지으며 찾아오는 이들을 반긴다. 거기서 2~3분 정도 올라가면 남동쪽을 향해 3칸 짜리 정자가 보인다. 정자의 대문 위에는 당명이 있고, 서산 마애 삼존불이라는 이름이 없다. 홀인데다가 파티 제목이 다 늦었어.


문이 활짝 열리자 세 사람은 두 뺨에 함박웃음을 짓는다. 이 서산 마애삼존불의 미소는 백제의 미소라는 별명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평범하고 건강하고 밝고 너그럽다. 국보 84호의 가치는 전혀 부끄럽지 않다.


본체 여래는 가운데에, 한쪽은 양쪽에, 다른 한쪽은 다른 쪽에 앉아 있는 특이한 배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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